▶ 김영미 시인의 《나무 한그루》- ⑤ 꽃기도문 부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미 시인의 《나무 한그루》는 시인의 시와 짧은 단상으로 이루어진다. 시를 쓰게 되는 지점, 또는 시를 써 나가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수상은 시를 감상하는데 색다른 묘미를 주리라 생각한다. 일상적 삶에서 건져 올리는 시적 성찰과,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만상의 자연과 사물들이 어떻게 결합하여 시의 몸 안으로 스며드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시인의 글과 생각의 흐름에 따라 시가 먼저 또는 단상이 먼저 나올 수도 있다. 단상은 한 두 줄로 짧을 수도 있고 길수도 있다. - 수영넷 강경호 기자 - |
꽃기도문
사람의 기도문
사랑의 기도문
이제 내겐 효험이 없습니다
민들레야 엉겅퀴야 사랑초야
꽃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민들레야 엉겅퀴야 사랑초야
살아가는 일과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나는 나날이 선한 마음을 잃어갑니다
길이 없어
해국에게는 해국의 기도문을
꽃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합니다
엉겅퀴에게는
엉겅퀴의 기도문을
개울가 쇠별꽃에 인사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냉이꽃에 말 붙이고
꽃기도문을 만나기까지 멀고도 멀었습니다
들에 나와
언제나처럼 민들레 옆에 앉습니다
오늘은 햇살이 하얗게 고인 작은 돌멩이에게도
말을 건네봅니다
작은 돌멩이야
내 기도를 들어주렴
꽃은 기도이다. 기다림, 슬픔, 순결 고독 --- 꽃말은 바로 기도의 내용이다.
안개꽃이 그렇고 ‘나를 잊지 마세요’ 물망초가 그렇다. 어느 시인이 말했다. 꽃이 피는 모습은 신을 생각나게 하고 지는 모습은 인간을 생각나게 한다고. 우리가 피는 꽃을 찬미하고 떨어지는 꽃을 보며 탄식하는 것도 꽃이 기도이기 때문이다. 경조사에 꽃을 들고 가는 것, 역시 꽃이 기도이기 때문이다.
민들레야 내가 말이야 –-- 어느 날, 민들레에게 하소연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도문! 가장 겸손하고 간절한 기도문! 이 바로 이 작은 풀꽃이라는 것을.
메마르고 점점 각박해지는 나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나는 드디어 풀꽃에 기대어 기도하기에 이르렀다. 착한 마음으로 선하게 살고 싶다고. 내 기도를 들어주렴, 민들레야 엉겅퀴야.
▶ 김영미 시인 이 보내온 자기 자기소개
. 1998년 계간 시전문지『시와사상』,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 2004년 한국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 수혜
. 2004년 제1시집 <비가 온다>발간 (출판사, 현대시 )
. 2011년 제2시집 <두부> 발간 (출판사, 시와 사상사)
.『시와사상』편집 동인 및 운영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 현재는 부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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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그루'는 내가 즐겨 쓰는 아이디다. 오랫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지금은 자유의 몸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을 좋아하고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빗소리를 들으면 술 생각이 나고 무엇보다 빈속에 한 잔을 좋아한다.
수영넷=강경호 기자 suyeongne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