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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1-04 16: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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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潭의 書藝漫評


"현대는 지나친 규격화시대이다. 모든 공산품은 규격화되어있고, 우리의 정서는 여기에 점점 메말라 간다. 서화디자인은 이러한 우리의 기계적 환경을 좀 더 인간적 환경으로 순화시킬 수 있으며 서화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는 해담(海潭) 오후규(吳厚圭) 선생이 밝힌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의 창립 배경의 한 내용이다.
뉴스부산은 2017년 11월 28일부터 '기존의 서예법을 벗어나 서화의 감성 디자인을 현대 미술에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오후규 회장의 서예만평(書藝漫評)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은 11번째 시간으로 『논어』 2.4의 “不踰矩(1)"로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선생의 서예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newsbusancom@daum.net -




海潭의 書藝漫評(11) -『논어』 2.4의 “不踰矩“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1)



Ⅰ. 2천 수백 년 동안 애독되어 오는 『논어』의 저자 공자는 몇 년 동안 살았을까? 기원 전에 살았던 사람의 생몰(生沒)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나 그래도 ‘공자’인 만큼 관심이 간다.


『공양전(公羊傳)』에 의하면, 양공(襄公) 21년 11월 경자일(庚子日)에 공자(孔子)가 태어났다 하니 생년은 기유년(己酉年, BCE 552년)이요, 『사기(史記)』의 「공자세가(公子世家)」에는 양공 22년이라 하니 경술년(庚戌年, BCE 551년)이다. 몰년은 『좌전(左傳)』에 의하면 애공(哀公) 16년 4월 기축일(己丑日)이라 하니 임술년(壬戌年, BCE 479년)이다. 따라서 『춘추』를 기준으로 하면 73세, 『사기』로는 72세이나 둘 중에 후자의 설이 우세하다. 물론 이것조차 공자가 태어났던 당시의 기록에 의한 것도 아니고 몰(沒) 후 대략 400년 정도 후의 기록이다. 그리고 공자 시대의 평균 나이가 20세 정도로 추정됨을 고려하면 공자가 과연 그 나이까지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공자의 말이라 전해지는 『논어』는 저자나 저술 연대가 불명하면서도 별다른 논란 없이 고전으로 전해 내려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논어』는 어느 한 장도 버릴 것이 없다. 비록 모순되고 의문스런 곳도 있으나*(1) 여전히 북극성처럼 빛나는 동양의 정신이고 우리의 언행을 바로 잡아주는 고전으로, 성경이나 불경에 버금가는 경이다. 그러다 보니 자주 인용되는 구가 많은데 다음(『논어』 2.4)은 그중의 하나이다.


*(1) 논어는 여러 면에서 의문이 많은 책이다. 누가 언제 저술하였는지도 분명하지 않으며 내용에도 모순되는 곳이 다수 있다.(특히 17편)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논어』는 대부분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졌기에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2) 위의 문장도 마찬가지이다. 지(志)는 무엇을 배우려고 뜻을 두었던 것인가? 입(立)은 결국 무엇을 세운다는 것인가? 미혹(迷惑)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정신을 말하는 것이며, 명(命)이나 이순(耳順)은 또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등 어느 한 구절도 분명한 것이 없다. 이런 점은 『논어』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고전으로 남을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해(註解)가 많기도 한데 대부분의 우리말 해석은 다음과 같다.


*(2) 논어의 전반부(10편까지)에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후반부(10편)에는 긴 문장이 자주 나타난다.


「공자는 말했다.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가 되어 자신의 입장을 세웠다. 40세에는 미혹됨이 없었으며, 50세에 하늘이 명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았고, 60세가 되니 남의 말이 순수하게 들렸다. 70세에는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여도 벗어나지 않게 되었다."」



Ⅱ. 『논어』가 고전이 될 수 있음은 그 내용의 우수성 때문이라기보다 해석의 유동성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즉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전이 고전됨은 각각 자기 나름대로 유익하게 해석할 수 있으므로 해서 시대에 변함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의 문장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하나의 목표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오늘날의 사정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함에도 누구나 가장 많이 인용하는 『논어』 구 중의 하나인 것은 바로 해석의 유동성 때문임을 말한다.


2.4절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보면 한 사람의 인격이 완성되어 가는 이상적인 위기지학(爲己之學)의 과정을 말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인격이 완성되면 그 향기가 궁중까지 이르게 되어 귀한 자리에 추천을 받을 수도 있었으나,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사정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자신을 내 세울 수 있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이라야 취업도 할 수 있고, 창업도 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 인간답게 먹고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니 공자의 말과는 상반되는 방향이라 할 것이다. 말하자면 공자의 말과 같은 삶의 모델은 사회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불쌍한 인생모델이 될 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성공하는 인생살이를 위해서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기에 여전히 유익한 고전이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10대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는 것은 집안이 부유한 경우에만 해당할 것이나 어떻든 젊은 나이에 적성에 맞는 길을 찾았다. 30대가 되자 스스로도 학문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40에서는 단순히 전해오는 학문의 답습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왜 공부를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치관 내지는 학문의 방향을 확고하게 정립하게 되었으니,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50대에 이르러 운명의 여하를 알게 된 것이니, 과거 숙명으로 받아 들었던 명의 의미(명이 명이 아님을)를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60에서는 인생의 유한함을 알게 된 것이다. 생명의 한계를 생각하게 되어 청년 같은 꿈도, 불쑥 솟아오르는 만용도 접었다. 그뿐만 아니라 악에 대해 반항하기보다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았고, 소문에 편견을 두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70에 이르자 10대부터 지금까지 학이시습(學以時習)한 결과가 현실과 합일되어 무엇을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을 다시 약해하면, 공자가 10대에 ‘학문’을 하여 ‘30에 뜻을 세웠다.’ 하였다. 여기서 말한 ‘학문’을 ‘예(禮)’로 볼 경우는 30대에 이르러 예(禮에) 숙련이 되었다는 뜻일 것이고, 그렇다면 이후의 해석이 궁색하게 된다. 만약 10대부터 시작한 학문을 예를 포함한 포괄적 학문(혹은 하고 싶었던 일)으로 보면, 30대에 이르러서 예를 포함한 인격수양에 크게 진전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므로 전후의 맥락이 그런대로 통한다.*(3) 그리고 50대의 명에 대한 언급이나 60대의 이순은 언제까지나 인용될 수 있는 명언으로 큰 무리 없이 통하게 된다.


*(3) 사실, 『論語』 마지막 구인 20.3에서 「子曰 : “不知命, 無以爲君子也, 不知禮, 無以立也, 不知言, 無以知人也”라 한 것을 보면 10대에 시작한 학이 도나 예에 한정하여 생각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라 할 것이다.



Ⅲ. 그런데, 70대에 이르러서는 “마음대로 해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종래의 해석대로 예(禮)의 실행에 거리낌이 없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부분은 공자의 과장이거나 거짓말로 보이기도 하며, 또한 오늘날에는 별로 소용이 없는 말인 것 같다.


이것은, 10대에 시작한 예가 약 60년의 수학을 그친 70에 이르러서는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행동에서도 예법에 맞았다는 것인데, 이것이 정말 그러했을까? 공자가 말한 ‘예’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예’와는 다른 개념*(4)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4) 이마미치 토모노부는 거의 저서 『동양의 미학』에서 『논어』에서의 예는 전례(典禮)라고 주장한다.


‘예’는 그 대상이 신(神)이건 무엇이건 상대에 대한 존경과 배려이므로 한 쪽의 생각만으로 만족되는 것도 아니고 교육으로 완벽해질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평생, 사실상 100세를 산다 하더라도 예는 공자가 말한 불유구(不踰矩)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예는 기본적으로 일방적이 아니라 상대와 관련된 것이기도 하고, 본인은 종심불유구의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하더라도 상대방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이 들어 심신이 온전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상대에 실례하게 되는 것이 인생이고 보면, 차라리 ‘평생 효도 3~4세까지 다한다.’는 이 시기가 바로 공자가 말한 불유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또 한 가지는, 시대가 다르기는 하지만 공자도 사람이다. 90을 넘기고 나서 인생 70을 되돌아보면서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 했다면 몰라도 72세에 몰한 사람이 70대의 경지를 말했다는 것은 공자의 건방이거나 어느 누가 후세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지어낸 말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옛날 사람들도 아무리 ‘묻지 마!’에 해당하는 『논어』이지만 이러한 불합리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이 40을 불혹, 50을 지천명, 60을 이순으로 자주 인용하는 반면에 나이 70을 종심이나 불유구라 하는 대신 두보의 고희(古稀)*(5)라 함은 이를 말한다 할 것이다.


*(5) 杜甫 詩, 「曲江」,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


그렇다고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가 전연 가치 없는 말이 아니다. 서예의 경우도 해당되겠지만, 한 사람의 예술인에 대해 숙달의 경지를 비유한다면 그런대로 이용가치가 있는 말이 된다.*(6) 몸을 단련하고 숙련하는 예술에서 그 최고의 고상한 경지가 ‘종심불유구’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누구도 불유구에 도달했다고 말한 사람은 없지만 이런 무애의 경지를 독서만권(讀書萬卷)이나 퇴필여총(退筆如塚)의 말과 같이 예술가의 궁극적 목표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불유구는 하나의 훌륭한 서론(書論)이 되는 좋은 말이다. 역시 공자는 공자이고, 『논어』는 『논어』이며 여전히 살아 있는 고전이다.


*(6) 18 세기 일본의 대표적 화가인 가쯔시카 후쿠사이(葛師北齊, 1760-1849)도 공자와 비슷한 뜻으로 80이 되면 그림을 좀 더 잘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크는 80세부터 참다운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이들의 말은 공자의 ‘종심불유구’와 그 축을 같이한다 할 것이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관련 기사, 海潭의 書藝漫評

. (10) 원광대학교 서예과 동문전,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2562

. (9) 우리의 서예, 그리고 필묵정신, http://www.newsbusan.com/news/view.php?idx=2493

. (8) 제퍼슨의 묘비명, http://www.newsbusan.com/news/view.php?idx=2315

. (7) 韓國人이 본 日本[人]과 日本의 書藝, http://www.newsbusan.com/news/view.php?idx=1972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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