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사랑하는 어여쁜 마음씨를 지닌 친구로 부터 작년 초봄에 페트병에 심은 수선화를 선물 받았다.
꽃보기를 즐기다가 꽃이 지니 페트병 화분이 볼품이 없어져 뒷방 늙은이 보듯 밀쳐두었다.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가끔씩 물을 주기도 했다.
흙이 너무 굳어버리지 않도록.
마침 때가 왔다
따사한 볕에 끌려 모종삽을 들고 고이 모셔둔 귀한 흙들을 한 화분에 모아 분갈이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게 양파인가 달래인가.
귀여운 수선화 구근이 서로 뭉쳐 당당하게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아~~ 놀람과 반가움이 기쁨과 조심스러움이.
드디어 작은 화분에 옮기고 정성껏 물주며 햇빛 드는 창가에 두었다.
그 질긴 생명이 이제 서서히 새싹으로 자라고 있다.
한 켠에 둔 것을 다행이다 생각하며 언젠가는 제 몫을 다하는 아이들을 생각했다.
그래 인정해 주는 거야.
그들만의 세계를.
때가 되면 꽃피울 그들만의 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