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미 시인의 《나무 한그루》- ⑦ 계산이 안된다
부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미 시인의 《나무 한그루》는 시인의 시와 짧은 단상으로 이루어진다. 시를 쓰게 되는 지점, 또는 시를 써 나가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수상은 시를 감상하는데 색다른 묘미를 주리라 생각한다. 일상적 삶에서 건져 올리는 시적 성찰과,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만상의 자연과 사물들이 어떻게 결합하여 시의 몸 안으로 스며드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시인의 글과 생각의 흐름에 따라 시가 먼저 또는 단상이 먼저 나올 수도 있다. 단상은 한 두 줄로 짧을 수도 있고 길수도 있다. - 뉴스부산 강경호 기자 -
계산이 안된다
2017 작가와 사회 가을호 게제
1
창원사격장 뒤 숲길을 걷는다
총알소리 빗발친다
저게 잘못 날아온다면 어쩌지
뜨금 뜨끔
등에 총알이 박히는 듯
연습하는 거 같은데 저거, 실탄 맞아요? 맞으면 죽어요?
총알 한방에 얼마쯤 해요? 한 오만 원 해요?
2
남수단에서 우리나라 한빛부대가 일본자위대로부터
총알 1만발을 빌렸다는 뉴스
그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사백에서 오백쯤 된단다
5백만 원 잡고 나누기 1만 발
엥! 총알 한 방에 고작 5백 원
정말 의외다
달랑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에 사람 목숨이 하나
세계각지에서 왜 매일 전쟁이 벌어지는지 그 이유를 알만하다
3
그렇다면 5백만 원짜리 명품백은 총알 몇 발이 되노?
요새는 계산이 잘 안된다 하여튼
싸면 안 되는 건 너무 싸고
싸도 되는 건 너무 비싸 꺼뻑 사람이 넘어가니
어쨌든 둘 다 무기는 무기다
그리하여 늘어나는 건 난민이고
우리나라 백화점의 명품을 다 끌어 모으면 대략 값이 얼마나 될까?
나누기 한 달에 3만원
유니세프 어린이 몇 명이나 구할 수 있을까
이건 정말 계산이 안된다
도저히 안된다
2017 작가와 사회 가을호에 <내 안에 신파가 있다> 같이 실은 시이다.
사실 그대로이므로
별 할 말이 없는 시다
다만
아래와 같이 크게 유형을 나눠본다
1. 돈이 있고 명품을 좋아하는 부류
2. 돈이 있으면서도 명품에 별 관심이 없는 부류
3. 돈이 없으면서도 명품을 좋아하는 부류
4. 돈도 없고 명품에도 별 관심이 없는 부류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내가 만약 돈이 있다면 1번일까? 2번일까?
▶ 김영미 시인이 보내온 자기 자기소개
. 1998년 계간 시전문지『시와사상』,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 2004년 한국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 수혜
. 2004년 제1시집 <비가 온다>발간 (출판사, 현대시 )
. 2011년 제2시집 <두부> 발간 (출판사, 시와 사상사)
.『시와사상』편집 동인 및 운영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 현재는 부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음
.....................................................................
'나무 한그루'는 내가 즐겨 쓰는 아이디다. 오랫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지금은 자유의 몸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을 좋아하고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빗소리를 들으면 술 생각이 나고 무엇보다 빈속에 한 잔을 좋아한다.
뉴스부산=강경호 기자 suyeongne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