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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호 이야기, 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애정은 발레영역으로 확장되었고, 무용수들에게는 늘 반복되는 '클라스'라는 일상에 조금이나마 도움 될 수 있는 음악을 담고 싶었다.
피아니스트의 또 다른 세계 - 발레 반주를 만나다(1)
관심받는 직업이 변화함에 따라 교육의 흐름 또한 적지 않은 변화를 겪는다. 새롭게 대두되거나 재발견 되는 분야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은, 발 빠르게 변하는 사회의 속도만큼이나 이동성이 강하다.
하지만 유행에 따라 직업이나 전공을 선택하는 것과는 별개로 교육되어야 하는 분야는 있다. 그 형태와 장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띠고는 있지만,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고, 우리 삶에서 공기만큼이나 밀접히 닿아있는 것, 바로 '음악'이 그중 하나다.
거창한 음악이 아니더라도, 또한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어떤 순간에서조차 음악은 늘 곁에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위안받고 기뻐한다.
클래식 음악 전공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음악교육은 결코 소홀히 여겨지거나 방관 될 수 없는 영역임은 분명하다.
시대의 변화는 음악 분야 안에서도 그 맥락을 함께한다. 장르의 혼합을 시도하며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선보이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연주자의 신선한 도발적 연주를 기대하는 관객들 또한 결과적으로 그 수가 증가했다.
이들은 엄숙한 공간에서 진지한 각오를 한 채 비장하게 감상해야 하는 것이 클래식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많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가볍게 해주길 원하는 음악가들로, 좀 더 대중 앞에 서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물론 절대적인 숫자는 줄었겠지만, 클래식 한 분야만을 고수하며 그 일련의 과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들도 여전히 있다.
다른 전공으로의 외유 없이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만으로 공부해 온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음악 인생에서 또 다른 우주가 내 앞에 나타났다. 무용이었다.
발레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등록했던 어느 날, 스튜디오 한 켠에 우아하게 놓인 피아노를 보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항상 함께했던 악기였음에도, 발레 스튜디오에서 만난 피아노는 새삼스러울 정도로 낯설었다. 피아노 앞에서 나는 늘 악보와 건반만을 마주하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고 그곳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던 긴 시간 속에서, 정작 악기가 보내는 표정을 볼 여유를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발레를 배우면서도 내 귀는 음악을 향해있었고, 몸으로 먼저 만나게 된 발레음악은 내가 직접 연주에 참여해 볼 수도 있겠다는 동기를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맺어진 발레 반주와의 인연을 지금 한 걸음씩 조심스레 이어나가고 있다.
이미 이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선생님들도 있고, 아직 공부의 선택을 망설이고 있는 음악인, 혹은 아예 발레 반주라는 것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발레 반주를 향한 관심의 정도와 그 공부의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용수의 존재가치가 빛나는 것만큼 그 길을 함께 할 수 있는 반주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이 모두가 아름다움과 진실을 창조해내는 꽤 매력적인 작업과정이라는 점이다.
글.최지원(발레 피아니스트, 발레반주교육자)
▶ 9월 1일(수) '피아니스트의 또 다른 세계- 발레 반주를 만나다(2)'가 게재됩니다
☞ 최지원(발레피아니스트, 발레반주교육자)
■부산예술고등학교, 2005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피아노과 졸업, 2007 미국 인디애나주립대(블루밍턴) 석사 ■프랑스 퐁텐블로 디플롬, 짤즈부르크 모짜르테움 아카데미 수료. 러시아 페름발레학교,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단 연수 ■최지원 귀국 피아노 독주회(2009,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및 한국, 미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국내외 다수 독주와 협연 및 연주 ■세계일보 콩쿨 은상, 피아노학회콩쿨 입상, 한국독일 브람스콩쿨 2등, 한국피아노협회 콩쿨 동상 등 수상 ■부산예중·고, 브니엘예고, 부산여대 피아노 실기 강사역임. 한양대학교 무용대학 발레과 반주강사, 성신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발레반주 강사.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현대무용/발레 전공전임 반주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