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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24 22: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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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ART : 해담의 서예만평(36)




▲ 그래픽=KangGyeongHo



〈더 파더〉, 우리는 이미 치매 환자가 아닐까?



☛ 필자는 최근 <더 파더>, <애플>, <슈퍼노바> 등 치매와 관련된 영화를 보게 되면서 새삼스럽게 치매를 생각해 보았다. 치매는 나이와 상관된 병이라 노인이면 누구나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병이다. 암도 두렵지만, 치매는 암보다 더 피하고 싶은 병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누구나 운동, 취미 생활, 뇌 영양제 복용 등 치매 예방에 관심이 높아진다.


인간이 절대적으로 겁내는 것은 죽음이다. 그런데 치매는 암과 달라 곧 죽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겁내는 것일까? 인간의 존엄성을 잃게 되는 병이기 때문일 것이다. 존엄성은 경향성과 대립하는 개념이다. 모든 자연물에는 경향성이 있다. 인간도 자연물의 하나이기에 경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동물과 달리 ’자유로운 의지[선험적 자율, 선의지]‘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 동물과의 차이이고, 이것이 인간의 존엄성이다.


☛ 치매는 ’자유로운 의지‘가 아니라 동물적 경향성으로 살게 한다. 달리 말하면 인간을 동물화하는 병이 치매이기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비록 자신의 삶이 어렵고 비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치매 노인을 보면 동정심이 생기게 되는 것도 존엄성 때문이고, 인간이 자살할 수 있는 것도 존엄성 때문이다.


정상 인간은 양심과 도덕심을 가지며 자신의 의식주와 생리현상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고 주위에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기본이나 치매 환자는 이러한 인식이 멍들어 있다. 치매 노인은 대체로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인간적 인지기능이 현저하게, 동물의 수준까지 저하되기에 정상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심지어 자식까지도 알아보지 못하며, 절제되지 않은 언행을 한다. 결국 의무적으로 돌보아 주는 가족들조차 지치게 하다가 하나, 둘 환자의 곁을 떠나 버린다.


플로리앙 젤레르 감독의 영화 <더 파더>는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치매 환자 ’파더‘의 생각을 따라가는 좀 독특한 형식이다. 필자는 감독의 이러한 의도를 모르고 봤다가 이해가 되지 않아 한 번 더 봤다.


영화의 시작은 아버지 안소니를 만나러 가는 딸 앤의 발걸음에 맞춰 음악이 흐른다(관람객도 같이 듣는다). 아버지 안소니가 딸 앤을 만나자,


<“이 음악 좋지 않니? 무슨 음악 말씀이죠? 이 음악 소리 너무 크지 않니?” 하고 묻는다. 음악은 안소니가 헤드폰으로 혼자 듣고 있고, 이는 곧 안소니가 치매 환자임을 알려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요. 음악 소리 볼륨 좀 키워 봐. 무슨 음악 소리요? 방금 일어난 일상을 왜 너는 모르는 척하니?”> 한다. 안소니는 자기가 헤드폰으로 듣고 있는 음악을 남들도 자신과 똑 같이 듣는다고 착각한 것인데, 아버지 안소니는 자신이 치매 환자임을 모르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안소니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무척 아낀다. 남도 안소니 자신만큼 그 시계에 탐을 낸다고 착각하여 깊은 곳에 숨기고, 숨긴 곳을 알지 못할 때는 남이 훔쳤다고 오해한다. 안소니가 자신의 시계에 왜 그토록 집착하게 된 것인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결혼 예물이거나 아니면 감독의 어떤 암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안소니는 치매 이전까지의 많은 시간을 자신의 집을 마련하는 일에 몰두했고 겨우 마련한 집에 30년 동안 살아왔다. 이러한 과거가 인식에 굳어져 시계와 집에 집착하는 것일까? 교통사고로 죽은 둘째 딸의 사망을 기억하지 못하고, 같이 사는 딸 앤의 얼굴도 헷갈리는가 하면 자기 집과 딸의 집, 딸의 전남편, 간호사 등이 때때로 헷갈린다.


치매 증세는 점점 심해지고 간병인조차 그의 곁을 떠나 버린다. 유일한 피붙이인 딸 집에 있다가 딸 앤이 런던에서 파리로 이주함에 따라 안소니도 요양 병동으로 옮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어느 날 안소니는 요양원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눈을 뜬 안소니에게 간호사는 딸이 파리에서 보내준 엽서를 보여준다. 그 엽서의 뒷면에는 화려한 자태의 여인이 꽃바구니를 안고 있는 그림이 있다. 어떤 원인인지 모르나, 엽서를 읽은 안소니는 〈’자기 인생의 잎은 다 떨어졌다, 삶의 겨울이 왔다, 집에 가고 싶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영화 시작의 음악과 달리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나직하게 흐른다. 둘째 딸이 교통사고로 입원한 사실도 회상하는 등 이때의 안소니는 정상 노인과 같아 보인다. 자신이 치매임을 깨달은 것 같다. 간호사가 흐느끼는 안소니를 보듬으며 ’날씨가 좋으니 산책시켜 주겠다.‘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 영화에는 어느 것이 치매 환자의 인식이고 어느 것이 정상인의 인식인지 헷갈리는 장면이 많았다. 안소니의 생각을 공유하는 영화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사실, 정상(正常)과 이상(異常)은 견해의 차이, 해석의 차이이고 그 경계도 모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각자는 서로가 정상이라 믿는 세상이다. 안소니가 ’이 소리가 커지 않니?‘라 묻고 딸 앤이 ’무슨 소리?‘라 하듯 둘의 생각은 서로가 정상이라 믿는 것은 오늘날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말한 데카르트를 떠올리게 하는가 하면 『장자』에 나오는 ’호접몽‘, 영화 〈매트릭스〉등을 연상하게 한다. 니체가 ’선과 악은 해석의 차이‘라 말했듯 광기도 침해도 해석의 차이가 아닐까!


'무소식이 희소식', ’모르는 것이 약‘이란 말이 있다. 치매 환자가 안소니처럼 자신의 처지를 잠시나마 인지하는 것은 좋은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영화에서는 간병인 앞에서 댄서도 하였고, 때때로 일상을 즐거워하였으나 딸의 엽서를 받고 일시적(?) 기억을 되찾은 안소니는 간호사를 잡고 울음을 터뜨린다. 간호사도 치매 상태의 안소니보다 기억력을 회복한 안소니를 더 애처로워한다.


☛ 코로나 격리가 20개월에 가깝다 보니 피해가 심각하다.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사람들은 점차 서로 간에 관심을 잃어가는 것 같다. 모두가 자신을 잃어가며 멀뚱멀뚱하다가 이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는 것 같다. 장마가 7월 하순의 더위 때문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나 코로나 때문이라면 걱정이다.


영화 <더 파더>에서의 파더는 자신의 인지능력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인생의 막바지에서 자신의 처지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세월은 이미 지나가 버렸고, 오직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서예가 이러한 ’파더‘의 모습은 아닐까? 대부분 수입이 감소하였을 것이나 서예가는 더욱 심각하다. 2차 시장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서단에서 교육수입이 거의 유일한 수입원이나 이것이 활기를 잃었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일 수 있다.


안소니가 시계와 집에 집착하는 것처럼, 오늘의 우리[서예가]가 좋았던 때에만 집착하고 마주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재로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아예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거나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누구나 외면하고 싶은 치매지만 우리는 이미 치매에 가까워진 상태는 아닐까? 비록 무거운 영화이지만 <더 파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편집자 주] 저작권 등으로 <더 파더> 관련 영화 이미지는 게재하지 않습니다. -뉴스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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