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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2-17 00: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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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潭의 書藝漫評



▲ 해담(海潭) 오후규(吳厚圭) 선생. 뉴스부산DB





[들어가면서] ......................................................................................

"현대는 지나친 규격화시대이다. 모든 공산품은 규격화되어있고, 우리의 정서는 여기에 점점 메말라 간다. 서화디자인은 이러한 우리의 기계적 환경을 좀 더 인간적 환경으로 순화시킬 수 있으며 서화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는 해담(海潭) 오후규(吳厚圭) 선생이 밝힌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의 창립 배경의 한 내용이다.


지난달 11월 28일부터 '뉴스부산(舊 수영넷)'은 그동안 기존의 서예법을 벗어나 서화의 감성 디자인을 현대 미술에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회장 해담 선생의 서예만평(書藝漫評)을 소개하고 첫 번째로 '海潭의 書藝漫評 - (1) 서예를 하면 행복할까?'를 게재했다.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월간서예 2017년 12월호에 실린 '現代는 書藝革命의 時代이다'를 게재한다.

서예만평은 지난 2006년부터 월간서예에 '海潭의 書藝漫評'이란 코너로 11월 현재 141회가 장기 연재중이며, 선생의 서예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 뉴스부산(수영넷) NewsBusan.com 강경호 기자 -





(2) 現代는 書藝革命의 時代이다



Ⅰ.


고대부터 인간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시간과 공간이었을 것이고, 아마 인공지능(AI)이 생활화 되는 미래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간과 공간 중에 더 겁나는 것은 분명히 시간이다. 미래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이렇게 불안한 시간에 대해 하나의 해결 방법을 강구했다. 그것은 달력이다. 30일이 모여 1개월이 되고 1개월이 12개 모여 1년이라는 개념을 세우고부터 시간의 공포로부터 어느 정도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갑골 점이나 주역도 하나의 방편일 뿐 해결해 주지 못했고, 나아가 불교나 기독교를 포함한 각종 종교도 미래에 대한 공포를 해결해 보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어느 시대이건 인간 활동의 대부분은 미래에 대한 고민, 바람직한 미래를 맞이하고자 하는 일과 연관된 것이리라 본다. 말하자면 개인이고 기업이고 열심히 일해서 수입을 늘리고자 하는 열망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일 뿐이다. 달리 말하면 미래를 예측하고 그 예측이 적중한 자만이 성공하였다. 삼성이 그랬고, MS, 구글 등 세계적 기업이 모두 미래 예측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미래를 알고자 한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고객의 마음을 알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빅 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이 어떤 상품을 구입할 것이라는 마음을 알아내어 그 상품을 추천해 주는 것인데, 이것으로 천문학적 돈을 벌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패턴을 읽어내고, 이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이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기법을 이용한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최악의 재앙이자 최고의 선물인 미래를 알 수 없는 인간 능력의 한계를 허물고자 하는 노력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과 서예와는 상관없는 일일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장구한 서예사를 통해 볼 때 현대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서예에 큰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 혁명의 시대와 다름없다 할 것인데, 이것은 서예 이외의 사회적 문화적 변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컴퓨터가 데이터의 패턴을 검증하고 스스로 학습한다는 점에서 learning이라고 하는 것이다. 머신 러닝이 발전하면 서비스 관련 사업뿐만 아니라 과거 인간의 힘이나 조직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각종 사건에 대해서도 쉽게 예방하거나 알아낼 수 있다.



Ⅱ.


어떤 분야이건 미래예측 없는 발전은 생각할 수 없고, 남의 감성을 자극하게 하는 예술 분야도 당연히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서예와 같이 하루아침에 작품 성향을 바꿀 수 없는 경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하·은·주 시대의 갑골문이 오늘날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한대의 예서, 진대의 행·초서며, 당대의 해서, 그리고 송·명·청에 풍미했던 그러한 서풍들이 여전히 득세하는 서예에서 ‘미래의 서예’를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인간은 새로움을 추구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존재이다. 그렇다고, 미래를 생각하거나 대비할 목적으로 공모전 전시회에 간다면 ‘실망’이다. 새로움으로 빛나야 할 공모전은 해마다 하나도 다르지 않다. 공모전뿐만 아니라 다른 서예전에서도 무엇인가 ‘답답하다!’는 느낌일 것이다. 작가도 전시회에 더 많은 사람이 관람하여 공감하기를 원할 것이나 자신의 작품 성향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몰라서가 아니라 빅데이터 같은 신기술도 활용할 수 없으며 달리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나 감상자는 이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디지털 문화가 급속히 성장한 근대에서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iPhone”의 스티브 잡스가 견인차 역할을 하였고, 그의 “stay hungry”는 2005년 이후 세계 많은 언론과 유명 인사들에 의해 인용된 권학문이다. 유사한 말도 범람했다. 2015년 제87회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식에서 그레이엄 무어(Graham Moore)는 성공한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며 “계속 이상하고 계속 남과 달라도 된다(stay weird, stay different)”고 한 말도 같은 말이다. 이상하거나 바보같이 보이는 것이 흔해빠진 정상보다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최근의 서예전에서는 가끔 이러한 현상을 만나게 된다.



Ⅲ.


서예가들이 취하면 이래저래 이야기가 많다. 지난 10월 영남루 서가회에서의 일이다. 회원들은 식사 후 차를 마시며 HJ 선생(87세)이 나누어준 도록을 심심풀이로 보고 있던 중에 JS 선생(76세)이 고유의 굵은 목소리로 갑자기 서단의 현실을 한탄했다. 다름 아닌 전통 서법을 경시하는 최근의 서단 풍조를 지적한 것이다. “컴퓨터 학원 때문에 서예원이 안 된다. 수십 년 동안 연마한 서예가 외면당하고 있다. 서실에는 어른들만 오고 그나마 해마다 감소한다. 이런 추세라면 서실 운영을 몇 년이나 더 버틸지 의문이다. 글씨도 글자도 아닌 이상한 형태의 작품이 서예 작품이란 이름으로 전시되는 현실이 실로 답답하다.” HJ가 나누어 준 작품집(금샘 서예전 도록*) 중에 캘리그래피 작품을 지적하며 “이런 것도 작품이라고 전시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놀고 묵는 것 아닌가!” 하며 한탄했다. 모두는 동의하는 듯 크게 웃었고, 이런 반응에 힘을 얻은 JS는 도록에 있는 캘리그래피 작품을 보며 계속 못마땅한 듯 열을 올렸다.


처음부터 미소를 지으며 JS의 이야기만 듣던 금년 88세 HJ가 한마디 하였다. “서예 명구(名句)를 요구하는 작품전(제22회 금샘 예술축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아마 작품의 내용이 ‘명구’라서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하였다. JS는 그래도 멈추지 않고 열을 올렸다. 대부분은 고문으로 모시고 있는 HJ의 작품을 가지고 왜 저러시나 생각하며 의아해하던 중, 누군가 “이 작품 고문님 작품인데요!” 하였다. 순간 JS는 안색이 변했고, 좌중은 더 크게 웃게 되었다. 문제의 캘리그래피 작품 밑에 있는 작가(HJ) 인물 사진이 작은 흑백이었고, 더구나 50대 정도의 청년(?)으로 보였기에 JS는 누구인지 몰랐던 것이다. 물론 JS에 대한 HJ의 오해도 없었으며 모두가 재미있게 웃고 넘긴 해프닝이었다.


정말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겁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이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JS의 말은 지당하였으나 지금은 아니다. 쉼 없이 흐르는 시간은 모든 것을 속절없이 바꾸어 놓고, 그러한 변화를 수용해야 편하다. 비록 머리로는 추세를 이해하였다 하더라도 아직 불편하다면 변화에 접하는 기회를 늘려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날은 개성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감상자는 옛 추억보다 새로운 것을 바란다. 이런 시대에는 그레이엄 무어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의 서예와 좀 다르고 좀 이상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망설여진다면 스티븐 호킹 교수(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공개하면서 던진 다음의 말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뉴턴과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듯 모든 세대는 앞선 세대 어깨 위에 서 있다. 땅바닥이 아닌 별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한 말이 그것이다. 서예에서도, 언제까지 선인들과 같은 출발점에서 출발하고, 또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에 목표를 둘 것인가? 기준점을 옮겨 선인들의 어깨 위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JS와 HJ의 이야기는 식당에서 일어난 작은 잡담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단의 현실뿐만 아니라 창작, 미래, 시간의 흐름 등 서예 이외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분명 현대는 과거 어느 시대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서예 ‘혁명의 시대’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도록》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 되세요」, 해정 신주철 작, 『금샘 서예전』도록 p.4, 금정서예협회, 2017. 곧 미수(米壽)의 노인이면서 한글 캘리그래피로 작품하였다. 도판에서와 같이 분홍, 파랑, 자주 색의 솜뭉치는 편안한 느낌, 행복스런 정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캘리그래피로 처리한 글씨와 솜뭉치를 잘 배치함으로써 함께 두둥실 풍선되어 하늘로 오늘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였다. 해정은 5개 서예 공모전 초대작가이며, (사)대한민국 서화디자인협회 고문 등 많은 서화단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자칭 “학생”이라 하며 배움에 “stay hungry”하는 작가이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관련 기사, 海潭의 書藝漫評

- (1) 서예를 하면 행복할까? http://www.newsbusan.com/news/view.php?idx=1208




[덧붙이는 글]
부경대명예교수이자 서화비평가인 해담 선생은 1947년 경남 밀양 출생으로 한국난정필회(韓國蘭亭筆會) 고문, (사)부산미협학술평론분과회장, 부산박물관회 회장으로 있다. 지난 2010년 50명으로 출발한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는 2012년 첫 전시회 이후 매년 전시를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3일까지 한국작가 98명 일본작가 26명이 참가한 '제6회 탈법서화전'을 부산시 초읍동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하였다. 현재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회장으로 학술활동과 미술서예 개인전 등 작품활동에 정진하고 있다. 뉴스부산 newsbusan.com 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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