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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아대 개교 80주년 ‘제42회 동맥전’ 김용옥 회장 - 석당미술관서 ‘NOW & FLOW’, 미래로 흐르는 연대의 힘
  • 기사등록 2026-06-30 18:05:31
  • 기사수정 2026-07-01 1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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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장산역 인근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김용옥 작가 / 사진=강경호(2026.6.27.)



[인터뷰] 동아대 개교 80주년 ‘제42회 동맥전’ 김용옥 회장
— 석당미술관서 ‘NOW & FLOW’, 미래로 흐르는 연대의 힘


글·사진 강경호 (미술평론가 · ADFA 아티스트) |2026년 6월 30일



동맥전 개막을 사흘 앞둔 저녁, 해운대 장산역 인근에 위치한 김용옥 회장의 작업실을 찾았다. 열린 문틈으로 벽면에 걸린 신작들과 곳곳에 널브러진 유화 물감, 캔버스들이 이방인을 맞았다. 동아대학교 개교 80주년이라는 분기점에서, 올해로 42회를 맞이한 ‘동맥전’ 김용옥 회장과의 대면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번 전시의 화두는 《NOW & FLOW》다 [동아대 동맥전 뉴스부산].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거나 단절의 역사에 좌절하지 않고, ‘지금’이라는 시점에서 동아대 미술의 거대한 흐름을 미래로 밀어 올리겠다는 미학적 선언이다.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미학적 연대를 이어온 동문들이 그려나가는 ‘동맥’의 이야기를 김 회장과 잠시 나눴다.



Ⅰ. 단절을 딛고 일어선 부활과 모교로의 귀환


직관적이면서도 다층적인 미학적 담론을 내포한 타이틀 《NOW & FLOW》의 이면에는, 실상 순탄치만은 않았던 동맥전의 아픈 역사가 숨어있다. 지난 2013년 제39회 전시 이후 다년간 부득이하게 맥이 끊겼던 공백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 전, 전임 이광준 회장과 정지태 선배를 비롯한 여러 동문이 뜻을 모으면서 극적인 부활의 서막을 열었다. 지난 2024년 12월 금련산갤러리에서 제40회 전시를 연 이후, 그곳에서 2년간 불씨를 살려온 끝에 올해 비로소 만개하게 되었다.
 
올해의 주제는 운영진의 치열한 의견 수렴 끝에 정교화됐다. 동아대 졸업생이라는 뚜렷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과거의 정체(停滯)를 과감히 끊어내고, 작가들이 직접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마침 모교의 개교 80주년 기념전이라는 타이틀이 더해지며 그 상징성은 한층 더 견고해졌다.


특히 이번 전시는 오랜만에 외부 대관을 벗어나 모교의 상징인 석당미술관 제1, 2전시실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대다수 동료 작가들은 석당미술관 전시는 처음이라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늘 외부 기획전시실을 전전하다가 모교의 품으로 돌아온 만큼 동문들의 참여도와 몰입감이 확실히 달라졌고, 고향에 당도한 듯한 심리적 안정감이 작가들에게 새로운 창작적 자극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용옥 회장이 이번 제 42회 동맥전에 출품한 신작 'freedom'. 사진=강경호(2026.6.27.)


Ⅱ. ‘동맥’의 정체성과 순수 회화의 외연 확장


김용옥 회장이 정의하는 동맥회의 본질은 모교가 다져온 예술적 정취와 취지를 올곧게 살려 나가는 데 있다. 다만 현재는 학부 전공자(회화과)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미술대학 내 다른 장르나 학과들과의 사이에서 미묘한 서먹함이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단은 학부 출신 위주로 단단하게 결속하되, 점차 문호를 개방하고 다양한 담론을 거쳐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앞으로 회화과만을 고집하지 않고 미술대학 전체를 아우르는 축제로 전향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토론을 거쳐 동맥전의 향후 방향성을 설계할 생각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회원들은 50호 범위 내에서 회원당 1작품 이상, 혹은 20호나 30호 두 작품을 출품할 수 있도록 조율됐다. 이 팽팽한 장(場) 안에서 김 회장이 선보이는 신작은 인간이 지닌 실존적 한계와 ‘자유(freedom)’에 대한 갈망에 닿아있다. 인간은 지면의 땅을 딛고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수많은 책임과 의무, 혹은 스스로가 원한 억압에 묶여 살아가기 마련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육지와 바다, 하늘을 제약 없이 누비는 갈매기나 말 같은 존재들을 빌려와 지상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난 순수한 자유로움을 담았다. 인간 삶의 본질을 천착해 온 과거 연작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Ⅲ. 매너리즘을 탈피하는 실험, 아트페어 도입


향후 동맥회의 운영 방향에 대해 김 회장은 그간 알게 모르게 내재되어 있던 알력을 불식시키고 선후배 간의 두터운 화합과 연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짚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인데, ‘그저 그런 정기 회원전에 구색 맞추기로 참여한다’는 식상한 매너리즘을 주는 순간 동맥전의 미래는 없다는 단호한 진단이 이어졌다. 동문들이 진정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판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일환으로 향후 동맥전 자체를 일종의 ‘아트페어’ 형식으로 확장하는 실험적 이벤트를 구상 중이다. 메인 대작을 보여주는 본 전시와 함께, 작은 소품들을 대중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장을 동시에 기획하는 방식이다. 작품 판매 수익의 일부는 사회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려주겠다는 복안이다.


“당장 거창한 포부를 내세우기보다는, 동맥회의 체질을 안정화하고 기존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1차적 목표입니다. 참여도를 높이는 문제 역시 이러한 아트페어 형태의 실질적인 기획을 통해 돌파해 나가고자 합니다.”



Ⅳ. 생활전선에서 화실까지, 붓을 놓지 않은 연대기


김용옥 회장 개인의 연대기 역시 한국 전업 작가들이 겪는 현실적 명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96년 대학을 졸업한 후 한동안은 치열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지만, 그는 단 한 순간도 붓을 놓지 않았다. 생업과 창작 사이의 지난한 조율 끝에 2002년 비로소 개인 화실을 연 후 본격적인 전업 작가로서 발을 내디뎠고, 이후 개인전과 국내외 아트페어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12년부터는 부산미술협회가 주최하는 국제아트페어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해 왔다. 최초로 판매되었던 작품인 10호 크기의 장미 그림을 떠나보낼 때, 자식 같은 작품에 대한 아쉬움과 작가로서 인정받았다는 묘한 기쁨이 병존하던 순간을 그는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한다. 물론 아트페어 성과가 미진할 때 찾아오는 리스크는 작업의 지속성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현역 작가로서 감내해야 할 야생의 영역이다.


현재 그의 장산역 화실은 개인의 창작 공간이자 대중을 향한 미술 지도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거창한 문하생 교육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조형적 어드바이스를 건네는 정도인데, 찾아오는 이들 대부분이 스스로 열심히 몰입해 그리는 스타일들이다. 최근에는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구도 연습용 바탕으로 삼아 이를 다시 캔버스 위에 유화로 밀도 있게 옮겨내는 등 기술적 변화를 수용하는 신선한 작업 트렌드도 화실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다.



작업실에서 김용옥 회장. 사진=강경호(2026.6.27.)



김용옥(Kim Yong-ok) 작가는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개인전 5회와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2년부터 부산국제아트페어를 비롯해 BFAA, 서울 SOAF, 비엔나 아트쇼 등 주요 아트페어에 꾸준히 출품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 부산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제42회 동맥전 회장을 맡아 동문 간의 연대와 전시 부활을 이끌고 있다.




Ⅴ. 로컬 미술의 자생력과 미래 세대와의 소통


수도권 집중화와 경제적 침체로 지역 순수미술계의 위기론이 팽배한 지금, 김용옥 회장이 바라보는 동맥전의 가치는 ‘자생력’과 ‘창작 의욕의 고취’에 방점이 찍혀 있다. 동아대 미대는 오랜 세월 지역에서 독보적인 전통과 실력을 갖춘 작가들을 양산해 온 요람이지만, 여전히 많은 동문이 경제적 한계 속에서 묵묵히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말은 쉽지만 현실은 참혹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전시를 통해 ‘여전히 붓을 놓지 않고 이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됩니다. 우리의 이 걸음이 지역의 다른 작가들과 동문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 서로 창작에 매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결국 주저앉아 버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김 회장은 이 전시가 단절 없이 계속 이어져야만 다음 세대와의 소통이 가능하며, 궁극적으로 부산 문화 예술 발전에 일조하는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끊어졌던 맥을 스스로 이어 붙인 예술가들이 ‘지금’이라는 시점에서 연대의 힘을 미래로 밀어 올리는 이번 동맥전은, 세련되면서도 고졸(古拙)한 방식의 미학적 선언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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