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부산]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가 제9회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헌법상 참정권을 침해한 중대 사태”로 규정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참정권 침해를 초래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엄중히 비판한다. |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는 지난 6월 3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엄중히 비판한다. 총 22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고, 투표용지가 도착할 때까지 유권자들은 상당 시간 대기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기도 했다. 또한 투표 마감 시간을 지나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까지 투표가 진행되었다. 일부 유권자가 선거 판세에 관한 정보가 공개된 이후에야 투표하게 된 것으로, 이는 선거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대한민국헌법은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그 근간으로 하며, 국민의 선거권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본질적인 참정권이다. 투표는 국민이 주권자로서 국가권력의 형성에 직접 참여하는 헌법적 행위로서, 민주국가에서 신성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하여 대한민국헌법은 선거관리위원회를 독립기관으로 두고 있으며, 선거관리위원회는 모든 국민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할 헌법상 책무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투표가 중단되었고, 그 결과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선거 판세가 공개된 이후에야 투표하게 되었다. 이로써 국민의 참정권은 침해되었으며 국민주권과 대의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는 훼손되었다. 투표용지는 선거의 가장 기본적인 물적 수단이다. 단지 수요 예측 실패라는 사유로 투표 절차가 중단된 것은 선거관리의 기본 책무를 방기한 것으로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더욱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본투표 당시 전국 총 67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로 송부되었고, 총 22개 투표소에서는 그 과정에서 투표가 일시 중단되었다. 이는 일부 현장의 우발적 혼선으로 치부할 수 없다. 투표용지 수요 예측, 인쇄·배부 기준, 비상 대응 체계 등 선거관리의 핵심 영역에서 중대한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이번 사태는 일부 투표소에서 경찰이 투입되는 상황으로까지 번졌고, 그 과정에서 공권력과 국민 사이의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하고자 찾은 투표소에서 국가기관의 준비 부족으로 투표 절차가 지연·중단되었고, 이에 항의하는 국민 앞에 다시 공권력이 투입된 것이다. 참정권을 침해받은 국민의 분노 섞인 목소리를 공권력으로 관리하려는 듯한 상황은, 책임져야 할 주체가 도리어 주권자인 국민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서, 엄중히 다루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고 하나, 이는 단순한 사과만으로 종결될 사안이 아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유로 국민의 선거권 행사가 제약되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 앞에 이번 사태의 발생 경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특히 투표용지 부족이 왜 발생하였는지, 그와 같은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현장 대응이 적정하였는지에 대하여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사태로 야기된 선거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렵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의 근간마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객관적 진상규명 절차를 통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투표용지 부족을 비롯하여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를 제약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점검하여야 한다. 나아가 그 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시는 국민의 참정권 행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번 사태는 특정 정치 진영에 대한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며, 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도 별개의 헌법적 문제이다. 국민의 참정권 보장은 정치 진영을 초월하여 지켜져야 할 민주주의의 절대적 가치이다. 이번 문제의 본질은 국가기관의 준비 부족으로 국민의 헌법상 참정권이 침해되었다는 데 있다. 나아가 그로 인하여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고, 좌절과 불신이 초래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국민의 헌법상 참정권이 어떠한 이유로도 침해되거나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실무상의 오류로 축소하여서는 안 되며,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참정권 수호에 실패한 중대한 사태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그 원인과 책임 소재를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히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신속히 취할 것을 촉구한다. /출처:대한변호사협회 (202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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