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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안상철의 실험정신, 김수길의 현대적 변주 Ahn Sang-chul’s Experimental Spirit, Kim Soo-gil’s Modern Variation 강경호 기자 2026-04-03 02:52:35


▲ 김수길, 時空의 빛 1720, 78×93cm, 紙本彩墨, 2017.





[문화칼럼] 안상철의 실험정신, 김수길의 현대적 변주


강경호 (ADFA 예술가)|2026.4.3.



2023년 6월 안상철미술관에서 열린 김수길 화백의 개인전 「時空의 빛, 변주」는 고 안상철 화백의 부인 나희균 원로 작가의 오랜 의지로 성사된 기획초대전이었다. 스승의 실험정신을 기리고 제자의 현대적 변주를 보여주려는 취지 속에서 마련된 이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계승과 긴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필자는 지난 가을 김수길 작가와의 대담을 통해 접한 초대기획전 소식, 그리고 다시 건네받은 전시 책자 등을 통해 그의 작업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 연정(然靜) 안상철(1927~1993) 20주기 회고전 책자. 사진=강경호



연정(然靜) 안상철(1927~1993)은 한국화단에서 전통 수묵의 틀을 해체하며 새로운 조형 가능성을 열어젖힌 화가였다. 대표작 「전」, 「잔설」은 수묵의 농담과 여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구조적 긴장과 파격적 구성을 덧입혀 한국화의 잠재력을 확장했다. 자연을 재현하는 대신 해체하고 다시 세워 올리는 과정에서 그는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 감각으로 변환하는 실험을 이어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안상철을 한국적 추상회화의 개척자로 평가했다.


김수길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재학 시절 안상철에게 사사하며, 전통을 넘어서는 실험정신을 이어받았다. 그는 기하학적 도형과 여백의 미학을 결합해 독창적 세계를 구축했다. 「時空의 빛」 연작은 문자 차용을 넘어 반복과 대비 속에서 얼룩과 번짐을 화면에 스며들게 하며 존재와 부재의 긴장을 드러낸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과거와 현재가 교감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작가가 추구하는 철학적 사유와 미학적 품위가 응축된 결과물로 다가온다.



▲ 안상철미술관 기획초대전_김수길, `시공의빛, 변주`(2023.6.21~7.16)



김수길의 작업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현대적 감각을 드러내면서도, 한지의 전통적 특성을 살려 한국적 정서를 깊이 배어 나오게 한다. 간결하고 절제된 화면은 작가의 투명한 성정을 반영하며, 빛을 매개로 시간성과 공간성이 교감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는 초대의 글에서 강조된 전시의 성격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박은영 미술사는 그의 작업을 “여백과 형상의 관계가 역전되고, 평면과 입체의 구분이 흐려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정명희 학예실은 김수길을 “빛으로 형성한 시공의 기하학적 작업으로 일가견을 가진 원로작가”로 평가하며, 플라톤의 철학적 사유와 광학적 논리를 결합한 그의 접근을 강조한다. 김나희 문화평론가는 그의 작업을 “화폭 위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공감각적 예술”로 해석하며, 붓질 하나하나가 음표로 치환되어 색채의 음악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 김수길 작가가 건네준 `시공의 빛, 변주` 작품집. 작업 중 골똘히 사유하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강경호



김수길 자신의 작가노트는 그의 작업 세계를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그는 “기하형은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현대적이며, 전통 한지의 여백을 충분히 활용해 간결하고 절제된 화면을 구성한다”고 밝힌다. 또한 “상형문은 태고적 사람들과의 교감을 이루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존재와 부재, 시간성과 공간성을 담아내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이는 그의 작업이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철학적·사유적 탐구임을 드러낸다.


안상철미술관은 2008년 설립 이후 안상철과 나희균의 작품을 보존·연구하며 제자들의 작업을 함께 조명해왔다. 나희균 작가의 의지로 마련된 2023년 기획초대전은 그 탐구의 연속선상에서 스승과 제자가 서로의 세계를 비추며 실험정신과 변주가 교차하는 자리였다. 이 만남은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그 정체성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로 기록될 것이다.



▲ 지난해 9월 초, 김수길 작가가 양산 사랑방 ‘다헌재좌(茶軒再座)’에서 고 연정(然靜) 안상철(安相喆, 1927~1993) 선생의 작품 `매(梅, 매화)`를 필자에게 보여주었다. 스승에 대한 각별한 존경심이 느껴졌다. 사진=강경호.



 인물 및 미술관 소개

안상철(1927~199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서라벌예술대학과 성신여자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전」, 「잔설」 등으로 한국화 개혁을 상징하는 화가로 평가된다. 호는 연정(然靜)이다. 나희균(1932~ ) 서울대 회화과와 프랑스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한 서양화가로, 유화·아크릴·수채뿐 아니라 산업자재를 활용한 설치 작업까지 실험적 시도를 이어온 원로 작가다. 2023년 대한민국 예술원 미술부문 예술원상을 수상하며 평생의 예술적 성취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안상철미술관(관장 안재혜)은 아들 건축가 안우성의 설계·시공으로 2008년 8월 양주시에 개관하였다. 연정의 한국화와 나희균의 작품을 소장하며, 매년 약 6회의 초대전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3년 사립미술관으로 등록된 이후 스승과 제자의 세계를 연결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 강경호 ADFA(Analog-Digital Fusion Art)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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