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동수원지를 걸으며=노창동
<보수와 진보 그게 뭔데>
보수는 무엇이고, 진보는 무엇입니까?
자칭 보수에게 물었습니다. “보수란 무엇입니까?” “보수요? 진보가 아닌 것입니다.”
자칭 진보에게 물었습니다. “진보가 무엇입니까?” “진보 말인가요? 보수가 아닌 것이죠.”
대답은 이렇게 간단합니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보수와 진보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이 하나 있습니다. 이번 독서모임에서 읽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미국은 ‘국가를 가정으로 은유’하고 보수와 진보를 설명합니다.
미국은 보수를 어떻게 설명할까요? 엄격한 아버지 모형으로 설명합니다.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한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아버지는 자녀에게 책임과 절제력을 가르칩니다. 규율을 잘 지키면 부유해진다고 가르칩니다.
이런 엄격한 아버지에게서 보수의 가치관이 비롯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보를 어떻게 설명할까요? 진보는 자상한 부모가 있는 가정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자상하게 보살핍니다. 자녀가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사람이 되도록 키웁니다.
이런 자상한 부모에게서 진보의 가치관이 나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설명이 과연 맞을까요? 그럴듯해 보이지만 논리가 좀 엉성합니다. 또 우리는 미국과 문화가 많이 다릅니다.
우리는 부모의 역할 분담을 중요하게 봅니다. 엄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엄부자모)를 바람직한 가정으로 보았습니다. 그 반대도 있고요.
보수와 진보의 설명이 왜 이렇게 명쾌하지 않을까요? 세상이 진보와 보수 두 개로 되어 있다는 정치 논리가 틀렸기 때문입니다.
선택지는 하나일 수도 있고, 세 개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은 세상의 많은 문제를 은폐시킵니다. 둘 중 하나에 정답이 있다고 강요합니다.
보수와 진보는 어떻게 선택을 강요할까요?
‘프레임’을 이용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프레임’이라고 하는데요. 언어를 통해 프레임이 만들어 집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오히려 코끼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코끼리 프레임이 생기는 것이죠.
이것을 진보와 보수는 이용합니다. 프레임에 갇히게 만듭니다. 그러면 보수와 진보가 죽기 살기로 싸우게 됩니다.
이런 낡은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새 술에는 새 부대가 필요합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새로운 시대가 열려야 합니다. 변방에서 동남풍이 불어야 합니다.
- 글·사진| 노창동(4월 독서회 창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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