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부산초대석=`노인의 세월`_글 고창표(시인), 사진 강경호(현대미술가)
■ 초대석
노인의 세월
인생 불혹에 접어들고 나면
세월은 그 대수의 곱빼기로 흐른다던데.
시속 80km인 40대의 세월은
50대엔 시속 100km, 60대엔 시속 120km ......
나이 들면 세월이 강물 같지 않고 쏜살같단다.
휘장 달고 가슴 내밀며 내닫던 때가 엊그젠데
뒤뚱대는 발걸음 디딜 때마다
구부정한 허리 펴고 설 때마다
세월의 강은 굽이져 가물거리며
저만치 과녁을 빗나간 화살을 품어 안는다.
공원 귀퉁이 양지바른 벤치에 앉아
장기를 둔다는 건 세월의 파편을 줍는 것이다.
서로 어눌한 입놀림으로 담소를 나누는 것은
세월이 풍기는 냄새를 흠뻑 들이켜는 것이다.
물오른 지 언제였던가 싶은
맨드라미, 봉숭아가 말라가는 한낮이
참 지겨워진다는 하소연
감히 드러내 놓지 못하니
조각난 세월, 시간과 분을
부둥켜안지도 밟아 뭉개지도 못하고
그저 소용돌이 물살에 휘감겨 허우적거리듯
휘파람 따라 휘휘 휘적댈 뿐이다.
글_고창표(시인)
사진_Kang GyeongHo(Contemporary Artist) 2022
☞ 만심 滿沁 고창표 = 시인, 부경대 국제대학원 졸업, 자유문예 시·수필(2006년 격월간 7월·9월), 문예춘추 시(2010년 여름호).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부산문인협회,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산수영구문인협회, 한국어문교육연구회 회원. 부산가톨릭문학 수필 우수상(2006), 창작과의식 시·수필 신인상(2010), 문예춘추 시 부문 신인 문학상(2010) 수상. 첫 창작시집 '볕드는 이런 날에는(2010)' 이후, 최근 다섯 번째 창작 시집 '바라보며 우러르며(2024. 육일문화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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