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호이야기=발레 반주를 만나다(6) 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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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호이야기=발레 반주를 만나다(6) 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기사등록 2021-09-14 03:44:00

■ 강경호 이야기=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들어가면서]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만으로 30여 년 한길을 달려온 피아니스트 최지원(Choi Ji Won) 씨는 발레를 배우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았던 어느 날, 스튜디오 한 켠에 우아하게 놓인 피아노가 그녀의 음악 인생 앞에 또 다른 우주로 나타나면서 발레 피아니스트이자 발레 반주교육자로 나서게 됩니다. 무용수의 존재가치가 빛나는 것만큼 그 길을 함께 할 수 있는 반주자가 필요하다는 사명감, 그리고 아름다움과 진실을 창조해내는 작업의 현장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의 음악과 발레 반주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지난 9월 11일자(5회)에 이어집니다. 글 강경호(아트디렉터)

발레반주자는, 무용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기본적인 요소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그것을 볼 줄 아는 포괄적이면서도 예리한 관찰력을 겸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음악과 무용의 분야를 동시에 유기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융통성과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아니스트의 또 다른 세계 - 발레 반주를 만나다(6)

살아가다 보면, 서로 전혀 무관한 곳에서 의외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내가 공부해오지 않은, 학문적으로 새로 만나는 경험에서 이미 경험하였던 예전의 분야와의 공통점과 연관성을 발견해 낼 때 그 희열은 남다르다.

결국 어쩌면, 그 공통점이란 어떤 본질 그 무엇 ’하나’ 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음악인으로서 발레반주를 배우는 중, 무용을 통해 음악을 보고 음악을 통해 무용을 보고 있다.

가장 단순해 보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음악에서는, 기초적 음악지식을 정확히 알고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기본이며 동시에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 토대 없이 만들어진 음악은 곧 쓰러진다.

발레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발레반주자는, 무용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기본적인 요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것을 볼 줄 아는 포괄적이면서도 예리한 관찰력을 겸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음악과 무용 두 분야를 동시에 유기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융통성과 적응력들이 요구되는 방대하고도 거대한 자질을 발레반주자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사이틀을 위해 오랜 시간 신체적, 감정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 이상으로 공을 들이고, 내실을 쌓아야 할 것이다. 결코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아주 까다로운 일이지만, 동시에 그만한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나는 자부한다.

자만심에 빠져 내 걸음걸이조차 욕심에 차 있을 때, 음악은 내 앞에 거울이 되어 나를 돌아보게끔 하고, 음악 앞에서 나는 겸손해진다.

음악은 때론 아주 얄미운 구석이 있어 고집스러운 오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심한 좌절과 고통을 주기도 하며, 여름날의 여우비처럼 우리 마음을 간질이기도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맘껏 놀기도, 혹은 놀아나기도 하는데, 세상 어떤 것도 내가 사랑하면 빠져들게 되는지라, 음악이 주는 그 어떠한 끌림에 중독되어 우리 다 이렇게 음악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정답 없는 질문을 던져주며 각자의 삶 속에서 그 해답을 풀어가게끔 해주는 음악은 세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여도 인간과 함께할 분야임은 분명하다.

나는 이러한 음악을 안은 채 이젠 무용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보고 있다. 무용에서의 음악은, 반복되는 클래스에서의 고된 연습에 지친 무용수들에게 굉장한 힘이 되는 존재이고, 반주자로서 그 시간은 환희롭다.

진지하거나 엄숙하게 감상해야 하는 어떤 다른 종류의 음악들과는 다르게 깃털처럼 가벼운 몸짓의 기막힌 향연을 다만 관객의 관점으로써 즐거움을 느끼기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참여하여 직접 발레음악을 연주하며 접해볼 기회가, 적어도 내게는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겨진다. → 마지막 7회는 9월 16일(목)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