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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4-29 20: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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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art] 강경호이야기= 남천(南泉) 선생이 수영구에 위치한 서예연구원에서 지난 1996년 10월 호 `수석문화`에 실린 작품 `꿈속의 고향(10×8×4)`을 가리키고 있다. 선생은 필자에게 `수석은 자연이 빚어놓은 아름다움과 철학적 사색을 즐길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특별인터뷰=그림문자(圖畵文字) 창작 40년 외길, 남천(南泉) 노두호(盧斗鎬)



[뉴스부산ART] 들어가면서=이 시대 사표로 존경받고 있는 교육자이자 서예가 남천 노두호(1932~) 선생의 서예 연구원을 방문한 지난달 26일 오후. 아흔의 고령에도 서예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연구 활동을 이어온 선생은 오는 6월 개최되는 대한민국서화디자인전에 출품할 작품 제작을 최근 끝냈다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1955년 마산상고 교사로 교육계에 첫발을 내디딘 선생은 지난 1997년 금성고 교장으로 42년간의 교직을 마무리하고, 40년 전부터 매료된 한자의 원류 '상형문자(象形文字)'를 이용한 현대 서예 창작에 매진해왔다. 본 인터뷰는 앞서 30여 년 전 국전 등에 이미 서예가로 필명을 알린 선생이 그림문자와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40년 외길 창작에 빠져버린 도화 문자 창작과 선생의 서예 철학 등을 몇 편으로 나눠 소개하고자 한다. 허명(虛名)과 교만(驕慢)의 일부 서단에 선생의 정신과 열정이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1> 남천 노두호(盧斗鎬) 선생

<2> 창작 그림문자(圖畵文字)

<3> 수석 명상

<4> 서예(書藝)를 이야기하다



→ 지난 4월 19일자, '창작 그림문자(2)'에서 이어집니다.



▲ 선생의 자택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는 분재 가운데, 풍지초(風知草, 왼쪽)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예술은 사람의 뜻에 의해 다듬어진 인위적인 산물이지만, 수석은 자연의 신비로 잉태하고 세월의 손길로 쓰다듬은 자연의 피조물이에요."


<3> 수석 명상


남천 선생은 서예에 이어 수석(壽石)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 비록 작은 한 덩이의 돌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 속에 심오한 철학적 사색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선생은 이를 '애석생활(愛石生活)'로 표현되는 수석 명상의 큰 매력으로 삼고 있다.


이 중에서도 태고의 신비가 담겨 있는 '해변의 몽돌'에 애착을 가진다고 정년 기념 문집에서 밝힌바 있다. 이는 수많은 세월을 두고 부드러운 물살과 모래가 어루만졌고, 때로는 거친 파도가 밀려와 모질게 휩쓸기도 했으며, 햇살과 바람이 쓰다듬고, 저희들끼리 부딪치며 '서로의 연(緣)'으로 다스리기도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보석(寶石)은 인공을 가하여 연마한 가공품이지만, 해석(海石)은 자연의 손길로 어루만지고 세월의 물살로 씻어서 만든 자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수석에는 산과 물이 흐르고 새가 날고 꽃이 피기도 한다'고 선생은 표현하고 있다.


보석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신비로운 이치와 섭리가 깃들어 있고 수많은 세월을 참고 견디어 온 인고(忍苦)의 혼이 숨 쉬고 있다고 선생은 이야기한다.


본 인터뷰에서 소개하는 수석은 남천 선생이 지난 1993년 3월부터 1996년 10월까지 '수석문화' 지상전에 출품해 왔던 수석 중 두 점으로, 감흥이 남다른 것은 수석에 감춰진 자연의 신비를 전하는 선생의 시구절이다. 잠시 차 한 잔 마주하며 사색에 잠겨본다. 현재 한국해석회(韓國海石會) 고문으로 있다.



꿈속의 고향


▲ 꿈속의 고향, 태종대, 10×8×4, 수석문화(1996.10.)




꿈속의 고향



욕심에 내몰린 하루

뜰 앞 우물가

은행나무의 한 판 벌린 춤도 끝나고

출처를 밝힐 수 없는 바람

그 손이

가을을 끌고가듯

은행잎이 마당을 쓰는 삼경

고향의 달밤은

어둠 속에서 더욱 인자한 얼굴로

하루 가운데 찾지 못한 평화를 준다.

삶의 깊이를 깨우친 듯

오늘 갑자기 어른이 된 나를 본다.



속의 고향, 태종대, 10×8×4, 수석문화(1996.10.)




▶ 송림(松林)



▲ 송림(松林), 일광, 9×12×5, 수석문화(1995.1.)




송림(松林)



내(川)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펼쳐진 송림의

문양석.

멀리 보이는 건너편 산의

잔설(殘雪)과 얼어 붙은

냇가에 쌓인 눈들이

탈속의 경지를 더하며

소나무의 굽히지 않는

기상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금방이라도 노송의 높은

가지 위로 한 마리 학이

날아들 것 같아 쉬이 눈을

뗄 수가 없다.



송림(松林), 일광, 9×12×5, 수석문화(1995.1.)





"몽돌은 수많은 세월을 두고 부드러운 물살과 모래가 어루만졌고, 때로는 거친 파도가 밀려와 모질게 휩쓸기도 했으며, 햇살과 바람이 쓰다듬고, 저희들끼리 부딪치며 '서로의 연(緣)'으로 다스리기도 했을 것"이라는 선생의 글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 다음 마지막 기사는 '남천 노두호(4), <4> 서예(書藝)를 이야기하다'로 이어집니다.



글·사진=강경호(캘리그라퍼, 예술감상전문가)
writing and photography; Kang Gyeong-Ho(author, art appreciation exp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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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ART] 남천 선생의 광안동 서예 연구원 내 분재용 풍지초 등. 아래는 지난 4월 12일 제31회 국제서화예술전이 열리고 있는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남천 선생과 필자.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남천 노두호(南泉 盧斗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졸업, 금성고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사)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사)한국서예협회 부산지회 명예회장, 저서:도화문자와 현대서예, 개인전(1997,부산일보),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고문.

글·사진=Kang Gyeong-Ho(author, art appreciation expert)

인터뷰는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예방수칙을 준수했다. 사진 촬영 시, 마스크를 벗고 진행했다.



뉴스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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