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호 이야기
추석 명절 연휴가 지나고 도로변 걸려있던 현수막 정비와 함께 청명한 가을 하늘이 깊어간다. 그러고 보니 연휴 기간, 도로와 아파트 단지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이 사라졌다.
주로 정치인과 선거 때 모습을 보이던 사람들이다. 신호등과 건널목 한가운데 자리 잡고 이름 석자와 미소 띤 얼굴에 짤막한 메시지를 건네며 시민들의 눈도장을 기다리고 있다.
으레 이맘때 빠지지 않는 상투적인 현수막이라고 허투루 보거나 앝잡아 봐서는 안된다. 언론·홍보 분야 몸담았던 필자로서는 이들이 내건 현수막의 무게를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부담과 격식 없이 이웃과 교류할 일 년 중 몇 안 되는 기회이자, 자신을 알릴 중요한 광장이다.
따라서 현수막을 채울 문구와 디자인, 좋은 자리 선점을 위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수막으로 내걸리기까지 목표와 아이디어 구상을 위한 시간에 당사자와 주변의 노력 또한 보태졌을 것이다.
혹자는 또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슬그머니 나타난다느니 감동 없는 인사라는 둥 핀잔을 들을 수 있는데라고도 반문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점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잊고 있었던 '사라짐과 부정'의 기억보다 더 큰 '존재감'이라는 사실을.
연말연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추석 연휴기간 현수막에 내걸렸던 그들은 또 어떤 모습과 메시지로 지역과 이웃 앞에 나타날지.
상식과 양심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 그들만이 알 것이다.
강경호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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