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요즈음 슈퍼에서 풋풋하고 싱싱한 오이를 많이 볼 수 있다.
아침 찬으로 오이무침을 해보려고 어슷하게 썰어볼까 동그랗게 썰어볼까 망설이다 문득 까마득한 40년도 더 지난 일이 생각난다.
새파랗게 젊고 아리따운 시절 갓 발령받은 여교사가 처음 담임하던 시절.
부산의 변두리에 위치한 어느 초등학교.
방과 후에는 어김없이 하교하는 어린학생들을 줄 세워 멀리 떨어진 횡단보도까지 인솔했는데.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학교로 돌아가던 길목에서 첫 딸아이를 학생으로 둔 단칸방살림살이 젊은 엄마 손에 이끌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가정방문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 배고프다며 싱싱한 오이를 동그랗고 두툼하게 썰어 참기름 많이 넣고 무쳐준 그 엄마의 인정이 어떤 산해진미보다 더 맛나 이맘때쯤이면 가끔 생각나기도 했는데 참 오랜만에 떠올랐다.
지금쯤 그 제자도 오십 줄에 앉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