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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3-14 13: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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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 최원호 기자=세상은 시끄러워도 세월은 흐른다. 아직 차가운 바람이 이리저리 몰려다니지만 봄을 알리는 생강나무에는 꽃망울이 맺혔다.(2020년 3월 8일 양평 추읍산에서)




[들어가면서] '최원호 기자의 자기경영'은 일상에 내던져진 자신을 관조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독자에 따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글과 사진에는 수십 년간 우리나라 명산을 누비며 발로 전해져 오는 자연의 정직한 풍경과 맑은 기운이 글쓴이의 머리와 가슴을 통해 복제되고 있다. 모쪼록 최 기자의 자기경영이 '뉴스부산 독자들'에게 지식과 사유로 버무려지는 작은 '자기 소통의 공간과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뉴스부산 대표 강경호 -




 뉴스부산초대석=최원호 자기경영




(66) 기억의 원리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얼굴이다. 상대방이 아는 척을 할 때까지도 만난 기억은 전혀 없다. 당황스런 얼굴로 손을 마주잡아 보지만 기억은 쉽게 되살아 나지 않는다. 난처한 상황이다. 기억은 가끔 사람을 당혹스럽게 한다. 왜 우리는 어떤 일은 오랫동안 기억하고, 또 어떤 것들은 금세 잊어버릴까? 경우에 따라서는 기억의 저장고 맨 아래층에 잘 넣어두었는데 끄집어내는데 왜 애를 먹을까? 기억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기억의 원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기억은 오감을 통해 경험한 것으로 이루어진다. 밥 파이커의 <창의적 교수법>에 따르면, 책을 읽으면 10%를 기억하고, 귀로 들으면 20%, 눈으로 본 것은 30%, 보고 들은 것은 50%, 직접 입으로 말한 것은 70%, 말하고 행동한 것은 90% 기억한다고 한다. 반면에 망각은 학습 후 10분이 지나면 시작된다. 하루가 지나면 70%를 망각하고 한달이 지나면 80% 이상을 잊어버리는 것이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가 주장하는 망각 곡선 이론이다. 이쯤 되면 ‘잊음’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우리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곳은 ‘해마’로 알려져 있다. 해마는 오감을 통로로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크게 둘로 나눈다. 하나는 잠시 보관했다가 버리는 ‘단기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오랜 시간 저장해 두는 ‘장기기억’이다. 그러면 해마는 무엇을 기준으로 이 둘을 구분하는가? 우선 단기기억은 가벼운 정보이거나 한두 번 접하고선 관심을 두지 않는 것들이고, 장기기억으로 들어가는 것은 강한 자극이나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위들이다. 


해마는 자극의 세기와 반복으로 그 방향을 결정한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은 충격적인 사건의 경험이거나 숱하게 반복하는 일상일 확률이 높다. 사건은 자신이 의도와 관계 없이도 일어나지만 반복은 자신의 의지에 의존한다. 뭔가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면 길은 하나다.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한다. 반복을 지속하는 것을 집중이라고 하고 더 깊이 집중에 빠지는 것을 몰입이라고 한다. 머릿속에 깊이 박힌 기억은 세월의 지우개로도 지울 수 없는 속성이 있다. 치매에 걸려 가족도 못 알아보는 할머니가 계산력만큼은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살아 있었다고 한다. 그 원인을 추적해 본 결과 그 할머니는 평생 동안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산을 반복한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 [뉴스부산] 최원호 기자=월류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정자 앞을 휘돌아 나가는 물줄기가 고향의 물결처럼 정겹다.(2018년 3월 11일 영동 월류봉에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시간은 새로운 기억을 만들기도 하지만 애써 모아둔 기억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잊고 싶은 것은 잊고 기억하고 싶은 것은 언제까지나 기억한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만 실제는 기억하고 싶은 것이 훨씬 더 많다. 잊지 않으려면 길은 단 하나다.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반복하고 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상태는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기억의 원리는 알려준다.    


최원호 기자 cwh3387@paran.com




▶관련기사, (65) 무의식의 저장고에 무엇을 담고 있는가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4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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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남아카데미 대표, 능률협회 교수, 재능교육연수원(JSL)·동양문고 대표, 컨설턴트, 일본사회문화연구소, 전 삼성그룹(삼성카드 경영혁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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