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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2-08 23: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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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 깨달음의 길은 멀고도 멀어라. 차가운 허공에 간절한 염원을 담아 빌고 또 빌어본다. 깨달음의 그 날을 위하여...... 글·사진=최원호(2019년 1월 4일, 설악산 봉정암에서)




■ 최원호 대표의 자기경영



네 명의 부인 이야기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 ‘아침에 도(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늘상 듣는 말이다. 생의 마지막 날, 도를 들어 깨달은 날은 어떤 날일까? 그것은 삶의 진리에 진실해 지는 순간, 생의 가장 값진 가치를 깨닫는 순간일 것이다.


세상에 죽음을 반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똥 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 말처럼 저승길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시들지 않는 꽃이 없듯이 죽지 않는 생명은 없다. 여기 지금 막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야 할 억만장자가 한 명 있다. 그의 곁에는 네 명의 부인이 마지막 임종의 순간을 지키고 있다. 그는 막 길을 나서려다 아무래도 두렵고 무서운 길이라 부인 중에 한 명이라도 같이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한 명씩 차례로 동행을 권해 본다.


첫 번째는 자신이 평소에 늘 아끼고 사랑하던 부인이라 흔쾌히 동의할 것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부탁을 했다. 그러나 돌아 온 대답은 너무나 차갑고 냉정하다. 한 발짝도 같이 갈 수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실망감을 감추고 이번에는 두 번째 부인에게 부탁을 해 본다. 두 번째 부인을 얻기 위해 들인 노력과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전쟁터 같은 삶의 현장에서 몸이 부서져라 부딪쳐 얻은 부인인지라 기대도 그만큼 크다. 그렇지만 돌아온 대답은 역시 냉혹하다.


세상에 내 마음 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또 한번 당하고 보니 서글프기 그지없다. 평소 잘 대해주기도 했지만 때로는 다른 부인들에 정신이 팔려 방치하다시피 했던 세 번째 부인에게 조용히 부탁해 보지만, 세 번째 부인 역시 저승길은 동행할 수 없다고 슬픈 표정으로 거절한다. 그러나 무덤까지는 같이 갈 수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네 번째 부인이다. 평소 잘 해 준 것은 고사하고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부인이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당신이 가는 길이라면 어딘들 못 가겠습니까? 그곳이 지옥이라고 해도 기꺼이 따라가겠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결국 이 부자는 네 번째 부인과 머나먼 저승길을 떠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불교 경전 중의 하나인 잡아함겸(雜阿含經)에 나오는 아주 교훈적인 내용이다.



▲ [뉴스부산] 나라를 잃고 돌무더기 속으로 들어간 왕, 전설 같은 이야기만 시간을 뛰어넘어 끝없이 흘러간다. 글·사진=최원호(2019년 2월 7일, 왕산자락 구형왕릉에서)



이야기 속의 네 명의 부인은 차례대로 몸, 재물, 가족(친인척), 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몸은 살아생전에 좋다는 것 다 먹이고 아름답다는 옷 다 해 입히고 애지중지 가꾸지만 죽는 순간 자신을 버리고 만다. 죽을 때 몸을 갖고 떠나는 사람은 없다. 몸은 한 줌의 재, 아니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 다음은 재물이다. 경제적 성취를 위해서는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나 살벌한 투쟁도 불사하며 획득한 돈이지만 결국 떠날 때는 빈손이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설령 있다고 한들 어떻게 가지고 갈 수 있겠는가? 관 밖으로 빈손을 내 보인 알렉산더 대왕의 선견지명이 돋보인다.


세 번째는 자신과 함께 지낸 가족이나 친척, 그리고 친구들이다. 이들은 무덤이나 화장장까지는 동행하지만 그 이상은 더 갈 수 없다. 더러는 49제까지 혹은 일년에 한번 제삿날을 추억하기도 하지만 거기까지다. 마지막 네 번째는 마음이다. 영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음은 버리고 갈 수 없다. 어디를 가나 같이 동행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몸이나 재물, 가족에게는 신경을 쓰지만 정작 마음을 맑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몸짱, 얼짱이 대세인 시대, 팔자를 바꾸겠다고 서슴없이 성형을 권하는 사회, 이런 시대일수록 마음짱이 그리운 법이다. 눈앞에 오물은 피하면서 마음 속에 쌓여있는 티끌에는 무심한 사람들, 돈이면 뭐든지 된다고 우기면서 마음은 외면하는 사람들, 점점 삭막해 지는 사회에서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맑은 영혼을 위해 겸허한 삶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최원호 도남아카데미 대표 cwh3387@gmail.com





☞ 최원호(60) 도남아카데미 대표는 ▲한솔교육 자문위원, ▲능률협회 교수, ▲재능교육연수원(JSL) 대표이사, ▲JWL 수석 컨설턴트(임원), ▲일본사회문화연구소 운영, 집필 및 연구활동, ▲동양문고㈜ 대표이사(사장), ▲삼성그룹(삼성카드 경영혁신팀 근무)에서 일했다. 뉴스부산=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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