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남포동 BIFF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2026.3.)[문화칼럼] 울산 덕원사, 나눔·불화 잇는 K-컬처의 다리
휴일 낮, 남포동 비프광장(BIFF Square) 건너편에 관광버스가 멈추자 낯선 얼굴들이 인솔자를 따라 쏟아져 나온다. 단체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광장을 가득 채우며 부산 원도심을 세계의 무대로 바꿔 놓는다. 그 풍경은 2018년 덕원사(德原寺)에서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김치를 담그던 기억을 불러왔다. 주지스님의 “중생공양이 곧 제불공양”이라는 말은 오늘의 다문화사회와 K-컬처 속에서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울산은 흔히 ‘산업도시’로 불린다. 그러나 그 이미지 뒤에는 정신적·문화적 깊이가 자리한다. 울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덕원사다.
▲ 지난 2018년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한 덕원사 김장 나눔. 2018년 초겨울, 덕원사 마당에서 필자는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함께 김치를 담그고 밥상을 나누는 현장에 있었다. ‘김장 체험과 나눔 봉사’ 자리에서 덕원사 주지 덕원스님은 “중생공양이 곧 제불공양이라는 부처님 말씀처럼 어려운 이웃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은 곧 자비정신을 실천하는 길”이라며, “다문화사회 속에서 김장 나눔을 통해 전통문화를 함께 나누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나눔과 함께 불교적 자비가 공동체의 삶 속에서 구현되는 순간을 잘 보여준다. 덕원사는 이후에도 매년 다양한 나눔 행사를 이어오며, 종교와 지역 공동체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 유형문화재 제41호, 덕원사 석가설법도 (德原寺 釋迦說法圖). 출처=울산시청 제공2022년 울산광역시는 덕원사에 봉안된 ‘석가설법도(釋迦說法圖)’를 유형문화재 제41호로 지정했다. 조선 후기 제작된 이 불화는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보살과 제자들이 원형 구도로 배치된 작품이다. 작은 크기에도 치밀한 공간 구성과 정교한 도상은 후불도 계열 불화의 전형을 보여주며,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높다. 특히 같은 시기 다른 지역 불화와 비교해도 간결하면서도 상징성이 강한 구도는 울산 불교문화의 독자성을 드러낸다.
불화와 덕원사의 선행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석가설법도가 상징하는 자비와 설법의 정신은 덕원사에서 이어지는 나눔 속에서 현재로 살아난다. 과거의 신앙과 현재의 실천이 한 공간에서 이어지며, 문화재와 공동체가 함께 호흡한다.
오늘날 우리는 K-컬처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문화적 자산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러나 K-컬처가 대중음악과 드라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덕원사 석가설법도는 한국 불교문화를 드러내는 상징적 유산이다. 공동체 나눔이 이어질 때, 이 불화는 과거의 유산을 현재와 미래로 잇는 문화적 자산이 된다.
최근 해외 불교학계와 박물관에서 한국 불화를 연구·전시하는 움직임은 한국 불교문화가 세계적 담론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만나는 세계인들에게, 한국 불교문화의 깊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창이 될 수 있다.
울산은 산업도시라는 이미지 속에서도 덕원사 같은 공간을 통해 정신적·문화적 깊이를 드러낸다. 덕원사 석가설법도와 주지스님의 행보는 울산 불교문화의 대표적 면모이자,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다리다. 이러한 설법도와 선행은 우리가 문화를 어떻게 살아내고 세계와 나눌 것인가를 성찰하게 한다.
울산의 한 사찰에서 시작된 이 질문은 오늘날 K-컬처의 세계적 확산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답은 과거의 불화와 현재의 나눔이 함께 만들어가는 울산의 문화적 깊이 속에 이미 놓여 있다.
강경호 문화기획자 (2026.3.16.)
[덕원사 德原寺] 덕원사는 울산광역시 중구 성안옛길에 자리한 대한불교 조계종 월정사 말사로, 1998년 창건됐다. 대웅전 준공 이후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김장 나눔, 동지팥죽 나눔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이어오며 울산 불교문화의 가치를 확산시켜 왔다. 또한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1호 ‘석가설법도(釋迦說法圖)’를 봉안해 학술적·예술적 의미를 지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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