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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0-25 11: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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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호이야기] 미술자료 수집가로 출발해 한국미술아카이브 제도화를 이끈 실천적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부산역에서 2025.10.17.





부산역에서 만난 김달진 관장 — 기록과 현장의 경계에서




■ 인터뷰에 앞서


가을비가 살짝 대지를 적시던 지난 10월 17일 오후, 부산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김달진 관장을 잠시 만났다. 취재차 부산을 찾은 그와 나눈 짧은 차 한 잔의 시간은 그의 삶처럼 조용하면서도 밀도 있는 대화로 채워졌다.


김달진 관장은 미술자료 수집가로 출발해 한국미술아카이브 제도화를 이끈 실천적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2013년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를 창립해 2021년까지 회장을 맡았으며, 2025년에는 1급 정학예사 자격증을 취득해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전문성을 입증했다. 2023년에는 박물관·미술관 발전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2024년에는 그의 삶과 철학을 담은 『김달진, 한국미술 아키비스트』가 출간되면서 기록문화 분야에서의 그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받았다.


서울아트가이드 창간(2002), 유튜브 채널 ‘DJ Muse’ 운영(2018~), 월간 『춤』과 『월간미술』 연재 등 그의 활동은 현장성과 기록성을 동시에 갖춘 입체적 궤적을 보여준다. 특히 335여 명의 한국 작가 자료를 정리한 스크랩북 ‘D폴더작가파일’은 매월 서울아트가이드에 일부가 소개되며, 미술계의 기억을 체계화하는 그의 집요한 실천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유튜버이자 현역 기자로서 전국 미술 현장을 누비며 기록과 전달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과거를 정리하고 현재를 기록하며 미래를 모색해온 그의 시선을 통해, 오늘의 미술계 풍경과 그 너머의 가능성을 함께 짚어본다. / 강경호(시인, 현대개념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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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비가 살짝 대지를 적시던 지난 10월 17일 오후, 부산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김달진 관장. 강경호이야기




부산 미술은 글로벌 흐름 속에서 어떤 정체성과 전략으로 지역적 기반을 유지하면서 전국적·국제적 접점을 형성해가고 있다고 판단하시는지요.


"부산 미술은 단일한 키워드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복합적입니다. 이시우, 옥영식, 강선학 선생 등 여러 세대의 작가들이 지역적 정체성을 구축해왔고, 특히 강 선생은 ‘형상미술’이라는 개념을 통해 지역성과 지속성을 강조했습니다.


최근에는 미술의 글로벌화로 지역적 경계가 흐려지고 있지만, 부산의 작가들은 활발히 활동 중이며, 시립·현대미술관은 발표 기회를 제공하고 서울 및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부산시립미술관은 젊은 작가들을 서울 성곡미술관에 전시시키는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적 확장을 시도했고, 일부 작가들은 국제 아트페어와 해외 레지던시를 통해 글로벌 접점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지역 미술관이 지속가능한 운영과 문화적 책임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관장의 임기와 선임 방식은 어떤 제도적 방향으로 정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관장의 임기와 선임 방식은 지역 미술관의 운영 안정성과 기획의 일관성을 결정짓는 핵심 제도적 요소입니다. 지나치게 짧은 임기나 잦은 교체는 장기적 비전 수립을 어렵게 하고, 미술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흔들 수 있습니다.


예술적 전문성과 철학을 중심으로 한 선임 절차, 그리고 일정 수준의 재임 안정성은 미술관이 문화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지역 예술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포항시립미술관의 김갑수 관장은 10년 이상 재임하며 일관된 운영 철학을 유지해온 사례로, 장기 재임이 미술관의 지속성과 공공성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관장 선임 과정은 외부 요인보다 예술적 비전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제도적 투명성과 안정성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 [강경호이야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주요 소장품 중 하나인 『D폴더 작가파일』은 335여 명의 한국 작가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한 귀중한 아카이브로, 일종의 보물이라 할 수 있다. 각 작가별로 신문과 잡지 기사 등이 스크랩북 형식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매월 한 명씩 선정해 월간 『서울아트가이드』의 「한국미술 대표작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 아카이브」 코너를 통해 일부 내용을 연재하고 있다. 사진=김달진 제공



지역 미술 자료 아카이브의 정리와 활용에 있어 국공립 및 지역 미술관은 어떤 역할과 책임을 수행해야 하며, 부산·울산·서울 등 사례를 통해 본 효과적인 전략과 현재의 과제는 무엇인가요? 이러한 아카이브가 시민과 미술애호가에게 어떻게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한국 미술계는 여전히 서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지역 미술사와 아카이브 정립은 각 지역 국공립 미술관이 주도해야 할 과제입니다. 예컨대 부산시립미술관은 이용길 선생의 방대한 자료를 기증받았지만, 정리와 활용은 더딘 상황입니다. 전시처럼 눈에 띄는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아카이브 작업은 종종 후순위로 밀리기 쉽습니다.


아카이브는 연구자뿐 아니라 시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전문 인력과 시스템 구축이 필수입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기록관리사를 채용해 전문성을 확보했고, 울산시립미술관 등도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는 현재와 미래 중심의 자료 수집에 집중하고 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연구센터를 통해 근현대 아카이브를 체계화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지역에서 개인이 수집한 자료는 후발 기관이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통해 이를 수용하고 정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입니다."




▲ [강경호이야기] 김달진미술연구소장, 국내외에서 개최되는 최신 미술전시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2002년 창간『서울아트가이드』편집인이다.



서울과 부산에 개관하는 퐁피두 센터가 단순한 전시 수입 기관이 아닌,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 진출 창구로 기능하기 위해 어떤 운영 전략과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서울과 부산에 들어서는 퐁피두 센터는 한국 미술계에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는 중요한 문화 인프라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프랑스 소장품을 반복 전시하고, 수익이 해외로만 환원되는 구조라면, 이는 외국 브랜드만 소비하는 셈입니다.


이 기관들이 진정한 문화 교류의 창구가 되려면, 운영 계약에 한국 작가의 참여와 상호 교류를 명시해야 합니다. 정책적으로도 이런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하고요.


또한 두 센터가 똑같은 콘텐츠를 반복하기보다는, 각 지역의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차별화된 전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지역성과 국제성을 동시에 살리며, 한국 현대미술의 글로벌 확산을 이끄는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습니다."



MZ세대의 자발적이고 지적 중심의 미술 접근 방식에 맞춰, 부산에서 퐁피두 같은 해외 전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셨는지요.


"요즘 MZ세대는 미술을 ‘쉬워야 본다’가 아니라 ‘어려워야 간다’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추상이나 개념 미술을 어렵게 느끼기보다, 스스로 해석하고 공부하며 지적 만족을 얻는 거죠.


이런 변화에 맞춰 미술계도 관람객의 수준과 패턴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 기획이 필요합니다. 퐁피두 같은 해외 전시를 부산에 유치할 때도, 단순히 브랜드에 기대기보다 시민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외부 콘텐츠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자극제가 되어야 합니다."



▲ [강경호이야기] 김달진 관장은 2023년 박물관.미술관 발전 유공 대통령 표창(옷에 포상 훈장)을 받았다. 2024년에는 김재희 씨가 그의 삶을 <김달진, 한국미술아키비스트> 책으로 출간했다. 사진=김달진 제공




■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달진 관장의 말에는 기록자이자 실천가로서의 깊은 통찰이 담겨 있었다. 미술계의 흐름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제도와 현장을 연결하는 그의 시선은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특히 ‘기록’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예술적 실천이자 제도적 개입의 방식이 될 수 있음을 그의 말에서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가 만들어갈 기록의 궤적이 한국 미술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기대한다. / 강경호(시인, 현대개념미술가)






▲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과 강경호 현대개념미술가. 사진=노창동 작가



짧은 가을 오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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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2025년 10월 17일, 부산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약 40분간 진행되었고, 잠시 잊혀졌다가 10월 24일, 연구실의 고요한 책상 위에서 다시 정리되고 편집되었습니다. 현장의 대화는 낮은 톤으로 흐르면서도 밀도 있었고, 그 여운은 기록의 언어를 통해 다시 살아났습니다. 질문은 단순한 정보 요청이 아니라, 미술계의 구조를 탐색하는 하나의 설치적 장치였으며, 이 글은 김달진 관장의 통찰과 함께, 기록자의 사유와 실천이 겹쳐진 짧은 가을 오후의 풍경입니다. [Kang Gyeongho’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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