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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06 1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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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탁월한 언어와 성찰로 독특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배이유 작가가 신작 소설집 『밤의 망루』로 돌아왔다. 2016년 제16회 부산작가상을 수상한 『퍼즐 위의 새』(2015) 이후 8년 만이다.


뉴스부산=탁월한 언어와 성찰로 독특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배이유 작가가 신작 소설집 『밤의 망루』로 돌아왔다. 2016년 제16회 부산작가상을 수상한 『퍼즐 위의 새』(2015)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신작 『밤의 망루』에는 2022년 제27회 부산소설문학상 수상작 「소리와 흐름: 록의 부치지 못한 노래」와 2018년 제10회 현진건문학상 추천작 7편(검은 붓꽃 홍천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밤의 망루 옛날에 농담이 있었어 소리와 흐름 멈춘다 흐른다)의 소설을 담았다.


출판사 '알렙'의 리뷰에 따르면 표제작 『밤의 망루』는 작가가 프란츠 카프카의 『성(城)』을 오래 마음속에 어떤 이미지로 품고 있다가 쓴 소설로, 고독한 망루에 홀로 서서 거대한 성을 지키는 파수꾼의 모습이 그려진다고 썼다. 그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임무를 안은 채, 어떤 지시가 내려질 때까지 홀로 성을 지켜야만 한다. "망루에 한번 올라오면 다음 주자가 정해질 때까지 아래로 내려가 땅을 밟을 수 없었다. 그게 파수꾼의 운명이었다."


▲ 배이유, 방의 망루, 알렙(2023년 06월)

침대에 누워 있는데 다리 사이에서 속살거림이 느껴진다. 간지럽다. 나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화장대에서 손거울을 빼들고 팬티를 내린다. 구부려 앉은 자세로 거울을 갖다 댄다. 검은 붓꽃이 거울에 모습을 드러낸다. ---「검은 붓꽃」중에서


여기 모인 분들은 혼자 죽는 게 두려워 여행길에 동참한 거 아닙니까. 이번에도 같이 해보죠. 하루만 더 사용해 봐요. 본이 한 말 중에 제일 길었다. 다들 말이 없었다. ---「홍천」중에서


이순은 앉아서 망연히 하늘과 구름과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문득 발목에 젖은 모래를 털어내며 신발을 벗어 맨발을 내밀었다. 따끈한 모래의 감촉이 발바닥에 느껴졌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중에서


ㄱ은 11살 이후로 줄곧 성을 지켜왔다. 성을 무력하게 만드는 괴이한 공격의 무리가 달과 해가 바뀌어 푸른 달이 피로 얼룩질 때 바람과 함께 나타난다는 운명적 예언이 있었다. ---「밤의 망루」중에서


경의 또렷한 귀를 본다. 귀를 세우고서 귀주머니가 움직인다. 내 말뿐 아니라, 어설픈 휘파람도 심지어 자신이 흘린 말의 일부도 귀주머니에 서둘러 담는다. ---「옛날에 농담이 있었어」중에서


록은 노래 부르다 간주 사이에 문득 뒤를 돌아봤다.?무대 뒤 어둠이 그녀를 골똘히 쳐다본다.?어둠 속 눈이 도마뱀처럼 벽에 붙어서 무대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소리와 흐름」중에서


판서하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다 햇빛이 내리쬐는 운동장을 본다. 운동장은 텅 비어 있고, 주택가와 경계진 울타리 아래의 테니스 코트에서 하얀 캡을 쓴 두 여자가 공을 주고받고 있다. 햇빛이 환하다. 빛의 내부로 들어가고 싶다. ---「소리와 흐름」중에서


Y는 지금 차 안에 그대로 있는데, 찰나의 알 수 없는 영상을 보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스르륵 몇 년 전의 그 회색빛 흐릿한 도로를 가고 있는데, 가고 있다고 느끼는데, 비루한 흰 고양이의 긴장을 접촉하던 차 안에 그대로 앉아 있는 것 같은데, ---「멈춘다 흐른다」중에서

2022년 제27회 부산소설문학상 수상작으로 「소리와 흐름: 록의 부치지 못한 노래」를 심사한 유익서·박향·권유리야 심사위원은 선정 이유를 “누구에게나 있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 냈다. 가볍게 문장을 끊어버리는 콤마들, 단어의 무수한 반복, 그러는 순간 갑자기 길게 이어지는 문장들은 짧은 들숨과 긴 날숨이라는 상처의 호흡법을 매력적으로 형상화했다. 이 작품은 마음이 가난한 시대, 우리에게는 어쩌면 실종된 누군가가 필요하며, 실종의 그리움이 우리를 견디게 한다는 성찰의 지점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배이유 작가 ........................

논산과 진해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문자를 깨친 이후로 오랜 시간 부산에서 살아왔다. 2011년 《한국소설》에 단편소설로 등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상으로 2015년 소설집 『퍼즐 위의 새』 발간. 첫 창작집으로 2016년 ‘부산작가상’ 수상. 2021년 뉴욕의 문예지 《The Hopper》에 단편소설 「압정 위의 패랭이꽃」이 ‘The Last Days’로 번역(양은미) 게재. 2022년 「소리와 흐름: 록의 부치지 못한 노래」‘부산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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